제306장 원망

‘무릎을 꿇으라고?’ 이서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약간 헷갈렸다. 공지윤이 홧김에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정말 진지하게 하는 말인지 말이다. 거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공지윤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덕분에 지금의 고요함은 마치 그녀가 무릎을 꿇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서아는 하이힐을 신고 부드러운 카펫 위에 서 있었다. 원래도 중심을 잡기 어려웠는데, 몸 상태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설명하려고 했다. 이때 소파 쪽에서 컵을 내려놓으며 유리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맑고도 날카로운 소리였다. 마치 예리한 칼이 칼집에서 나오는 듯했다. 이서아는 본능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는 한수호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한수호의 표정을 보기 전에, 최현아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녀의 주의력은 자연스럽게 최현아에게 끌렸다. “진정하세요, 사모님. 이 일은... 하아, 오빠도 뭐라고 좀 해 봐. 이서아 씨 일이잖아.” 한수호는 이제야 입을 열었다. “증거도 없이 사람 무릎부터 꿇기는 건 하씨 가문의 방식인가요?” 처음으로 그녀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최현아의 부탁에서 나왔다. 이서아는 머리를 돌렸다. 한수호의 표정은 전혀 살피고 싶지 않았다.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잠시 기대했던 그녀만 우스워졌다. “물론 아니다. 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서아 씨한테 모욕적인 일을 할 수 있겠어. 우리 지윤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허정순은 이제야 공지윤은 가볍게 꾸짖었다. “지윤아, 피곤할 텐데 이만 올라가서 쉬어라. 이 일은 내가 처리하 마.” 그녀는 또 이서아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앉아서 말하죠, 이서아 씨.” 이서아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서 있었던 탓에 약간 경직되었다. 그녀는 애써 힘이 빠진 다리를 내디뎌 빈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겨우 두어 걸음 걸었을 때, 그녀는 갑작스럽게 앞으로 휘청거렸다. 다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