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8장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서아는 잠시 멍해졌다. 여러 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가 순식간에 정리되면서, 이서아는 식탁 앞에 앉아 허리를 곧게 펴고 한수호를 바라보았다. “한 대표님, 기억을 잘못하신 것 같아요. 전 어제 밤에 아무것도 약속한 게 없어요.” 그러자 한수호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이 시선 속에는 ‘한 대표님’ 특유의 위엄이 담겨 있었다. “약속한 게 없다고? 그러면 침실의 쓰레기통에 뭐가 있는지 가서 봐.” 그가 어젯밤 사용한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정도였는데도 약속하지 않았다고?’ 이서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조각 케이크 하나를 집어 천천히 먹으며 속을 채웠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대표님은 원래 그런 분 아니었나요? 관계는 관계일 뿐,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신분을 주시지 않는 건 흔한 일이었잖아요.” 그녀와 한수호는 그동안 그랬다. 명확한 신분이 없이 지내온 지 삼 년이 넘었다. 이서아는 한수호의 차가운 표정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한 대표님이 백인하 씨를 여자 친구라고 한 적도 없는 것 같네요. 백인하 씨와도 몇 번 하시지 않았나요?” 전자레인지가 삑 소리를 내며 끝났지만, 한수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식탁에 다가와 반 메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서아를 내려다보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흔한 일이었다고? 내가 누구와 흔하게 했었는지 명단 좀 줘. 백인하와 나의 관계에 대해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도 알려주고.” 이서아는 설명할 증거가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누군가 말한 건 아니지만 두 분이 관계가 전혀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두 분은 이미 결혼까지 생각하셨잖아요.” 한수호는 이서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흐릿하게 변했다. 이서아는 케이크 위의 딸기를 포크로 집으려 했다. 이때 한수호가 갑자기 말했다. “없었어.” 딸기가 그릇에서 굴러 떨어졌다. 한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 어떤 것도. 연애조차도 한 적 없어.” 이서아는 충격을 받아서 고개를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