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장 내가 짐승도 아니고
평담 공연장에서 제공하는 차는 홍차였다. 씁쓸한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이서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네가 날 수호 씨라고 부르지 않았어?”
한수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서아는 잔을 쥔 손이 살짝 떨렸고 몇 방울의 차가 탁자 위로 넘쳐 나와 가느다란 물길을 남겼다.
이서아가 어젯밤 불렀던 이름을 한수호는 분명히 들은 것이다.
한수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잖아. 언제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거야?”
이서아는 물을 닦아냈지만 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수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머물렀다.
한수호의 친구들이 흔히 부르는 이름은 ‘수호 형’이나 ‘한 대표’였지만, ‘수호 씨’라 부른 건 처음이었다. 그 호칭은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최근에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한수호는 한 동안 자신과 이서아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서아의 태도가 누그러들어 이런 호칭으로 바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 호칭은 이서아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온 것이었다.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 후, 이서아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
‘한 대표님’은 너무 낯설었고, ‘한수호 씨’는 너무 딱딱했다. ‘수호 씨’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으니까.
그때의 이서아는 온통 한수호 생각뿐이었다. 종이에 그의 이름을 적어보고,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수호 씨’라는 호칭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그 호칭을 정식으로 부르기도 전에 어느 날 아침, 한수호는 넥타이를 매면서 냉담하게 말했다.
“넌 비서니까 앞으로 나를 한 대표님이라 불러.”
그는 수많은 호칭 중에서 가장 거리감 있는 호칭을 골랐고, 그로 인해 이서아의 작은 기대와 기쁨, 그리고 설렜던 마음이 한없이 초라해졌다.
이서아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네, 한 대표님.”
‘한 대표님’이라는 호칭을 수없이 부르다 보니, 가끔은 그들이 정말로 그저 단순한 상사와 부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