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4장 간지러운 마음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몇 초가 흐르고 나서야 한수호가 피곤한 듯 눈을 감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순둥아, 나 좀 돌봐줘. 내가 죽으면 널 좋아해줄 사람은 없을 거야.” 그 한 마디에 이서아의 화는 산산조각이 났다. 한수호가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고백한 것이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사람의 약점을 잘 찌르는구나.’ 어릴 때부터 이서아를 진심으로 좋아해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이 그녀를 좋아했을까? 하지만 이서아는 가끔 부모님이 그녀를 빚을 갚기 위해 이용했던 일을 떠올리곤 했다. 부모님조차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유지호는 말뿐이었고 임정우는 이서아를 버리고 외국으로 떠났다. 이서아는 자신을 진정으로 좋아해 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수호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깊숙이 찔렀고 그 상처는 아플 만큼 깊었다. 그런데 한수호는 정말 이서아를 좋아하는 걸까? 한수호가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은 백인하가 아니었던가? ‘이 못된 놈, 또 나를 속이려는 걸까?’ 이서아의 침대에는 담요가 깔려 있었다. 그녀는 담요의 가장자리를 잡고 힘껏 당겨 한수호를 담요째로 침대에서 끌어내렸다. 침대가 높지는 않았지만 땅에 떨어지면 분명히 아플 것이다. 한수호는 얼굴을 찡그리며 낮게 신음했다. 그러나 몸이 너무 불편했는지 그 외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서아는 침대에 누웠고 한수호가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 그녀가 한수호의 생사에 신경 써야 한단 말인가? 한수호가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가 이서아의 어머니를 거의 죽일 뻔했는데, 그는 백인하를 감싸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 몇 마디 말과 불쌍한 척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라는 건가? 이서아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깊은 밤, 방은 고요했고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서아는 오늘 여러 사람을 상대하느라 이미 지쳐 있었고, 게다가 시간도 늦어 금세 잠이 들었다. 하지만 깊게 잠들지 못했고 계속해서 반쯤 깨어 있는 상태였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