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장 네가 나를 화나게 했어

이서아는 지금까지 한수호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서아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해왔고, 가장 노련한 비서로서 한 끼 식사만으로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3년이 지났음에도 한수호의 마음만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엔 자신이 한수호에게 그저 없어도 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이서아가 떠난다고 해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한수호는 끊임없이 그녀를 압박하며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주변에 여자가 많아 얼마든지 그가 원하는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서아에게만 고집하고 그녀만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런 한수호의 마음을 단지 정복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 정도로만 여겼지만, 그는 이서아를 데리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서는 새해 인사를 전하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한수호는 이서아에게 말했다. “난 백인하를 좋아하지 않아.” “...” 이서아는 하얀 카펫 위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긴 갈색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그녀의 생각과 영혼처럼 뒤엉켜 있었다. ‘안 좋아한다고? 대표님이 백인하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서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서아는 믿지 않았고 믿을 수도 없었다. 한수호는 그녀의 턱을 잡아 더 이상 고개를 젓지 못하게 했다. 한수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내 곁에 그 여자가 있었던 건 네가 날 먼저 화나게 했기 때문이야.” “... 제가 대표님을 화나게 했다고요? 제가 대체 뭘 했는데요?” 이서아가 대체 뭘 해서 한수호를 화나게 했을까? 이서아가 그를 화나게 할 능력이나 자격이 있었을까? 지금은 한수호가 이서아를 쫓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서아는 여전히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의 자신은 한수호의 손짓 하나에 순순히 옷을 벗고 다가가던, 그의 말대로 ‘싸구려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무슨 힘이 있어 권력도 많고 지위도 높은 한 대표님을 화나게 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