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장 질투하게 만들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이서아는 여전히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로피 리조트에서 온천에 들어가 있었을 때 최현아에게서 임정우가 국내 한 회사를 인수하여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임정우는 해외에서 쌓은 자신의 자산을 국내로 옮기려 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신강인의 말을 듣고 나니, 임정우가 진짜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아는 뒤통수를 벽에 기대고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렸다. 작년 섣달그믐날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은 한수호에게 유난히 마음에 남아 있는 밤이었고, 이서아가 임정우를 만난 날이었다. 임정우는 몇 년간 가끔씩 귀국하곤 했고 이서아와 전혀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서아는 과거를 떠올리며 눈빛이 아득해졌고, 생각에 깊이 빠져 있다 보니 방 문앞에 서 있는 한수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수호는 이서아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서아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고 이번에는 권소혜였다. 이서아가 전화를 받았다. “소혜 씨.” 권소혜가 말했다. “최씨 가문 부모님이 방금 나에게 연락을 했어요. 점심에 서아 씨와 함께 식사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서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만남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약속을 오후 3시로 바꿔줘요.” 이서아가 만남에 동의하자, 권소혜는 약간 놀랐다. “생각이 바뀐 거예요?” 이서아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소혜 씨, 합의 문서를 준비해줘요. 금액은 30억 원으로 적어줘요. 그 사람들이 이 금액을 받아들인다면 합의할 거예요.” 권소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젯밤만 해도 이서아가 분명히 합의를 극구 반대했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꾸다니. 하지만 이서아가 합의에 동의하고 이 일을 마무리 짓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 권소혜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서아는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피곤해져 거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