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9장 임신하게 만들다

호텔 방에서 한수호는 룸 서비스에게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달라고 전화했다. 그가 갑자기 병을 앓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봉천읍에 있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서아를 위해 밤새 용산에서 서종시까지 온 것이 원인이 되었고 결국 눈을 맞고 나서야 열이 오른 것이었다. 한수호는 전신 거울 앞에서 셔츠를 입으며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단추를 하나씩 잠갔다. 선명한 이목구비는 차가운 기운을 풍겼고 이서아 앞에서 보여주던 그 뻔뻔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한수호가 어젯밤 이서아의 방에서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그의 뻔뻔함 덕분이었다. 사실 이서아는 아직 그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예전 일들로 인해 이서아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상처가 남아 있었고 그들의 화해는 마치 종이처럼 쉽게 찢어질 만큼 연약했다. 새해에 며칠 동안 쌓아 올린 좋은 감정도 백인하라는 한 사람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지금 이서아는 다시 그에게 높은 벽을 세우고 있었다. 이것도 다 자업자득이다. 짜증스럽게 외투를 걸치고 방을 나선 한수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에 탄 여진수와 마주쳤다. 여진수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호야, 너 용산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한수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어제 다시 왔어.” 여진수는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 “정말로 아픈 거야? 병원엔 다녀왔어?” 한수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이제 괜찮아.” 여진수는 한수호를 유심히 살펴봤다. 한수호는 꼿꼿이 서서 흔들림 없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여진수는 상황을 이해한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하... 그렇군. 아픈 걸 핑계로 이 비서랑 화해하려고 일부러 온 거였구나? 대단하네, 한수호. 이제는 불쌍한 척까지 하는 수법을 쓰다니.” 여진수는 한수호를 20년 넘게 알아왔지만 그가 이렇게 비굴해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여진수는 안승원처럼 다정하고 세심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