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장 내가 방해할까 봐 걱정돼?
이서아는 움직이기 귀찮아져서 권소혜와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에서 바로 최씨 가문의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다. 다만 실내에서 실외 파라솔 아래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었다.
연말연시 휴가가 끝나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새해 첫날과는 달리, 이제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서아는 문득 새해 전날 밤, 한수호와 손을 잡고 번화한 거리에서 공연장을 향해 함께 걷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신을 차린 건 맞은편 의자가 끌려가는 소리가 들리면서였다.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한수호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어젯밤과 아침에 보였던 병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깔끔하고 값비싼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선부터 소매 끝까지 모든 것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이제 그는 다시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한 대표님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서아는 멈칫했다.
“한 대표님, 병을 무릅쓰고 저를 도와주러 오신 건가요? 과분한 관심이네요. 하지만 권 변호사가 자료를 가지고 곧 돌아올 거니까 대표님은 용산으로 돌아가셔도 될 것 같아요. 연말이라 회사도 바쁘실 텐데요.”
이서아는 한수호와 함께 일했을 때 매년 연말이 되면 그가 바쁘게 뛰어다니던 모습을 기억했다.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하은영 씨는 일하면서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어요. 정말로 해고하지 마시고 계속 곁에 두세요.”
한수호는 이서아가 먼저 말을 걸어주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거야? 아니면 회사를 걱정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업무 강도를 신경 써주는 건가?”
이서아는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냥 하은영 씨가 저 때문에 해고된 게 미안할 뿐이죠.”
한수호는 차분하게 말했다.
“남을 걱정할 줄은 알면서 정작 너 자신은 돌보지 않네. 분명 합의하기 싫으면서도 억지로 참아가며 동의하는군.”
이서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합의하지 않으면 다들 돌아가며 저를 설득할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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