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3장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다

이서아는 구석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바로 걸어갔다. 그러자 한수호와 오지성이 나란히 서서 각자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의 분위기를 보니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 두 남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오지성은 이서아가 한수호를 찾으러 온 줄 알고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한수호는 담배를 비벼 끄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나왔어?” 이서아는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오지성 씨하고 아는 사이예요?” 한수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전에 요트에서 너랑 같이 카드 게임을 했던 오 대표 기억해?” “기억해요.” 그날 한 테이블에서 카드 게임을 한 세 사람은 각각 서종시 신하 그룹의 신강우 대표와 용산의 자본가 한수호 그리고 강서의 부동산 대부 유지호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업계의 거물인 오씨 가문이었다. 이서아는 놀라서 눈썹을 추켜세웠다. ‘오지성도 성이 오씨 인데?’ 한수호는 이서아의 눈앞에 날아든 몇 가닥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문지르면서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지성은 오 대표의 사촌 동생이야.” 이서아의 머릿속에 실마리가 순간적으로 이어졌다. “수호 씨가 오지성 씨한테 최현아가 최대 집행유예에서 그칠 거라는 걸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내가 말했잖아. 네가 합의하든 안 하든 난 너를 무사히 빠져나가게 할 방법이 있다고.” 이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한수호는 그녀 모르게 많은 일을 꾸미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진영자를 위해 외국에서 유명한 의사를 데려왔다든지 일찍부터 최씨 가문에 스파이를 심은 것 같은 일들 말이다. 한수호는 허리를 살짝 굽혀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남자다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일부러 천천히 말하자 마치 귓가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처럼 현이 울렸다. “그래서 합의할 거야?” 이서아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돈은 이미 받았어요.” 한수호는 가볍게 웃었다. “너는 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