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1장 다시 한번 해봐요

다음 날 아침, 이서아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새벽 네다섯 시쯤 눈을 붙였으니 거의 잠을 못 잔 상태였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보니 발신자 표시에는 ‘한 대표님’이라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침대 옆 탁자 위의 연노란색 봉투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자 자연스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잡은 후 이서아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수호의 차가운 목소리는 이서아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했다. “지금 뭐 해?” “... 자고 있었어요.” “어디서 자고 있는데?” 남자의 목소리는 갑자기 무거워졌다. “네 방에 지금 와 있는데 네가 없네. 어디에서 잔 거야?” 마치 현장을 잡았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이서아는 잠시 멍해졌다. “지금 제 방에 계세요? 서종시까지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어제가 네 마지막 출근 날이었다며? 용산에 돌아가려고 너 데리러 왔지.” 한수호는 거침없이 물었다. “지금 어디 있는 건데? 대체 어디서 자고 있길래 나한테 숨기려 해? 유지호? 아니면 신강인? 누구랑 있는 거야?” 이서아가 대답할 틈도 없이 한수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잠시, 곧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 정말 누굴 추궁하는 것처럼 군다니까.” 이서아는 혼자 피식 웃으며 침대에 기대어 전화를 받았다. 화면이 켜지자마자 한수호의 날카로운 눈매가 화면에 비쳤다. 몇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그 존재감이 이서아를 압도했다. “저 지금 봉천진 집에 있어요.” 이서아가 핸드폰 카메라를 움직여 다락방을 보여주자 한수호의 얼굴에 있던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왜 이렇게 급하게 찾아오셨어요?” 이서아가 물었다. “소혜 씨가 어젯밤에 용산으로 혼자 가겠다길래 저 그 차 얻어 타고 왔어요.” “집에서 기다려.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한수호는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서아는 조금 더 침대에 누워있다가 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