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4장 600억짜리 반지

상가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짧은 10여 분 동안 이서아는 계속 어떻게 이진태와 진영자에게 자신이 갑자기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야 할지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분명 솔로인 상태였는데 불과 30분 만에 돌아와서 결혼한다니... 부모님께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이서아는 계속 한수호와 함께 골목길을 빙빙 돌기만 했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난 한수호가 마침내 이서아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집 쪽으로 끌고 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몰라? 왜 이렇게 꾸물거려. 혹시 내가 못생기기라도 했어? 어디가 부족해?” 이 말에 이서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수호 씨가 너무 완벽해서 어떻게 부모님 앞에서 말을 꺼내야 할지 더 모르겠거든요?’ 곧 한수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애교 섞인 말투로 밀어붙이자 이서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진태는 아침에 나간 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진영자는 딸이 이성 친구를 데려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 커서 이서아가 친구를 데리고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도우미는 한눈에 그를 알아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왔던 그 청년 아니에요?” 진영자는 어리둥절했다. “지난번에 왔다고요? 언제요?” 그러자 도우미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지난번에 아가씨가 집에 왔을 때 저 청년이 다락방에서 내려오는 걸 봤어요. 그땐 아가씨가 그냥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이서아는 한수호가 ‘그냥 친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딸을 잘 아는 진영자는 그들의 관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한수호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한수호의 외모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또한 한몫했다. 어떻게 봐도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여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온 남자친구치고 한수호의 태도는 친근하지 않았다.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고 상류사회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온몸에 카리스마가 자리 잡고 있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