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8장 혼인신고

그 후의 며칠간 이진태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서아도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알린은 용산에 도착했고 그녀는 진영자의 치료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이번 설도 분주하게 지나갔다. 이서아는 또다시 진영자의 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간이침대에 누워 어슴푸레 잠이 들었을 때, 그녀가 품고 있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정신은 제대로 깨어나지 않았지만 이서아의 손은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상대방이 말을 하지 않자 이서아는 또 스피커 모드로 전환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혹시 의사 선생님이신가요?” 곧 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남편.” 순간 이서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핸드폰 화면에 한수호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요 며칠 그녀는 진영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한수호와는 겨우 몇 마디 문자만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큰 가문이라면 다 있는 엄격한 규율 때문에 한수호도 집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었기에 이서아는 그가 올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와서 이서아는 당황했다. “무슨 일이에요?” 한수호는 그녀의 물음에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고? 핸드폰 캘린더 열어봐. 오늘이 무슨 날인지 확인해보라고.” 곧 이서아는 그의 말에 따라 캘린더를 열었다. 정월 초아흐레. 그제야 숨이 막히는 듯한 긴장감이 들었다. 핸드폰 너머로 한수호가 천천히 말했다. “정월 초아흐레. 구청도 이제 출근이야. 여보, 나 지금 병원 아래에 있어. 신분증 챙기는 거 잊지 마.” 그녀는 아직 어리둥절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상황을 되새겼다. ‘아, 연휴가 끝나면 혼인신고 하기로 했지.’ 이제 그날이 왔다. 한수호는 침착하게 말했다. “서둘러. 이 나무늘보야.” 이렇게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서아는 정신이 완전히 맑아지며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순간이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곧 결혼식을 올리고 한수호와 부부가 될 것이었다. 진영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