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6장 비밀

한수호가 우습다는 듯 말했다. “임정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와이프를 데려간다는 거야?” ‘내 와이프’는 고작 네 글자에 말투도 무거운 편이 아니었지만 임정우에게는 유난히 거슬리고 거북했다. 임정우가 우산을 살짝 들고 얼굴을 드러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한수호, 서아 몰래 그런 짓들을 저질러놓고 아직도 남편이라는 말이 나와?” 이서아가 이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게 뭔데요?” 한수호가 차에서 내리자 하은영이 얼른 뒤에서 우산을 씌워줬다. 비가 우산에 떨어지자 북을 치는 듯한 절주 있는 소리가 들렸다. 한수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야, 나랑 집으로 가자.“ 임정우가 비아냥댔다. “찔리는 게 있나 보지? 혹시라도 서아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워?” 한수호는 먹을 풀어놓은 듯 까만 눈동자로 임정우를 매섭게 쏘아봤다. “서아가 아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 알면 서아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요?” 이서아가 한수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도 일부러 속이는 것보다는 낫지.” 임정우가 말을 이어갔다. “서아 위하는 척하지 마. 네가 서아한테서 뭘 얻고 싶어 하는지 내가 다 아니까.” 이서아가 다시 임정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뭘 얻고 싶어 하는데요?” 한수호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아, 그래? 그러면 들어나 보자. 네가 뭘 알고 있는지.” 임정우는 꿈적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서아도 있는데 괜찮겠어?” 한수호는 무표정으로 임정우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빛에 서린 살기가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임정우를 도발하고 있었다. 임정우도 눈을 아래로 깔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 이서아는 할 말을 잃었다. 두 남자가 그녀를 두고 대치하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그녀는 그런 둘을 번갈아 보다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머리가 터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업계에서도 내놓으라 하는 인물이라 언변이 대단했다. 말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만 그 정보가 뭔지는 알아낼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