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5장 선택

병원에서 나온 이서아는 운전해 온 차에 바로 타지 않고 발이 가는 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콩알만 한 비가 후드득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이제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서아는 사람들 속에 숨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팠던 지라 아무 도시락이나 골라 점원에게 덥혀 달라고 하고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도시락이 신선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고민거리가 있어서인지 몇 입 먹다가 도무지 맛이 없어서 아예 옆에 놓아두고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서아는 방금 인터넷에서 고준석과 사해 그룹에 관해 조회해 봤다. 사람이라면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었기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의 흔적은 찾을 수 있었다. 사건의 도화선은 탄광의 붕괴되면서 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사해 그룹이 패망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었다. 그 뒤로 관련 부서의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해 그룹이 법과 규칙에 저촉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게 밝혀졌고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죄가 없어 고준석은 감방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사, 재판, 배상을 거쳐 가정이 풍비박산 났고 모든 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간단하게 끝났다면 임정우도 이진태의 죽음이 그녀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뜻인즉 이진태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거나 핍박에 못 이겨 자살했다는 소리였다. 만약 이 두 가지 경우라면 사해 그룹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 수도 있다. 핸드폰을 확인한 이서아는 부재중 전화에 권소혜가 떠 있는 걸 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이렇게 해명했다. “소혜 씨, 아까는 핸드폰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요. 무슨 일이에요?” “카톡으로 사진 몇 장 보냈는데 확인해 봐요.” 권소혜가 말했다. “네.” 이서아는 메뉴로 돌아와 카톡을 확인했다. 이진태가 사람들의 핍박을 받으며 차에 오르는 CCTV 영상 캡처본이었다. 이서아가 순간 허리를 꼿꼿이 펴며 이렇게 물었다. “설 전날에 일어난 일이에요?” “네. 맞아요.” 권소혜가 낮은 소리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