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장 아내가 다른 사람과 떠났다
그녀는 정말 그렇게 해버렸다. 주저하지 않고 임정우를 따라갔고 망설임 없이 로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서슴없이 한수호를 떠나버렸다.
마치 한수호가 이서아의 손에 끼워준 결혼반지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고 그들이 동사무소에 간 건 단지 관광이었으며 부부 관계는 장난처럼 여겨졌다. 이서아는 그 모든 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는 듯이 떠나버렸다.
환기가 안 되는 욕실에는 뜨거운 수증기가 가득 차 있었고 한수호는 처음으로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샤워기를 뚝 꺼버리고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
물줄기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자 한수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임정우만 있다면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도 이서아는 언제나 그를 택했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한수호와 임정우 두 사람 모두 학교의 유명 인물들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임정우만 보였다. 한수호는 그녀가 자신의 앞을 지나쳐 임정우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때마다 이서아는 한수호에게는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임정우를 너무 편애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임정우가 귀국하자마자 결혼한 사실조차 잊고 그를 따라가 버린 것이다.
이서아는 한수호를 내버려 두고 떠나버렸다.
...
한수호는 몸을 말린 후 가운을 걸치고 나와 와인 진열대에서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상표나 연도는 보지 않고 바로 따서 반 잔을 유리잔에 따른 후, 몇 개의 얼음을 넣었다.
그의 표정은 차분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켜지 않은 부엌에 홀로 앉아 한 모금씩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힐끗 보니 강소현이었다. 굳이 받지 않아도 이서아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사이에 뭐가 더 있겠어. 아내가 전 남자친구랑 도망쳤는데.’
한수호는 전화를 바로 끊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유지호였다.
한수호는 전화를 받으며 스피커폰을 켜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유지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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