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장 세 번의 인정

“...” 이서아는 이를 악물고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수호의 다리, 허리, 가슴 모두 그녀와 단단히 밀착해 있어 그의 따뜻한 체온과 깨끗한 향기가 포근하게 그녀를 감쌌다. 마치 밤에 그가 그녀를 안고 잠들던 모습과도 같았다. 특히 아버지가 투신한 후 이서아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때마다 한수호는 그녀를 안고 곁에서 지켜주었고 이서아는 그의 다정함에 감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수호가 가증스러운 연기를 한다고 느꼈기에 자신을 조금만 건드려도 견딜 수 없이 역겨웠던 이서아는 더욱 강하게 몸부림쳤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면 아무 관계도 없는 거야!” “오늘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잖아.” 한수호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임정우 때문이지. 임정우만 만나면 넌 항상 모든 걸 부정하고 후회해. 10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임정우를 놓지 못하는 거야?” 한수호가 질투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확신하는 이서아가 비아냥거렸다. “나를 속이고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보다는 훨씬 나아.” 어차피 밀어낼 수 없으니 이서아는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한수호를 바라보는 아름다우 눈에는 깊고 차가운 기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너는 굳이 내가 네 아내고 네가 내 남편이라고 강조할 필요 없어. 나는 이미 네가 나와 결혼한 건 내 아버지를 협박해 장부를 넘기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한수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갑자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넌 아는 게 참 많아.” 그가 인정하는 건지 아닌지 상관없었던 이서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장부를 우리에게 넘기지 않았어. 엄마와 나는 아무것도 몰라. 네가 우릴 붙잡고 있어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할 거야.” 한수호는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되물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네가 정말 알고 있다고 생각해?” 이서아는 그를 비웃다가 동시에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난 몰라. 한수호 씨는 워낙 생각이 깊으니 내가 뭘 알겠어?” 한수호는 그녀의 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