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1장 키우지 않을 거야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통 출혈이 없으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침대에 누우세요. 초음파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권소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웠다. 옷을 걷어 올리자 차가운 초음파 기기가 그녀의 아직은 평평한 배 위를 이동했다. 그녀는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 반달 전 호텔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 권소혜와 여진수는 완전히 사이가 틀어졌다. 여진수는 그녀가 오지성과 다시 만나서 호텔에 갔다고 생각했고 권소혜는 설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람을 피운 건 여진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모델과 밤새 낚시를 했었다고 한다. 권소혜는 여진수가 절대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그가 노리는 것은 그녀의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소혜는 직접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권소혜는 여진수가 그녀에게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있었지만 남편의 불륜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의사는 초음파 기기를 치우고 종이를 몇 장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 “큰 문제는 없어요. 태아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요. 스케줄을 좀 조정하고 마음도 가다듬으세요. 임신부에게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그리고 마음의 안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권소혜는 배에 묻은 젤을 닦아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옷을 정리한 뒤 진료실에서 나오자 손이 저절로 배로 향했다. 그때 막연하게 떠오르던 생각이 스르르 사라질 때쯤,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지만 발걸음을 재빨리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오지성이었다. ‘이 사람이 여기는 왜 왔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 권소혜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를 마주할 생각은 없었다. 하여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오지성은 그녀의 팔을 단번에 붙잡았다. 권소혜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뿌리쳤지만 오지성은 그녀의 행동을 예상했던 듯 손목을 더욱 세게 잡아 구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