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1장 집으로 가자

김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신강우가 요즘 한수호 사촌 동생과 가까이 지낸다고 했어요. 정략결혼 하려나 봐요.” 태블릿을 들여다보던 임정우는 화면에 한수호의 얼굴이 나오자 표정이 차가워졌다. 기자가 한수호에게 물었다. “한 대표님, 사성 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중저음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한수호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거리감이 느껴졌고 구별하기 쉬웠다 “미래요?” 단 두 글자 만에 이서아의 눈꺼풀이 튀었고 호흡도 가빠졌다. 이를 발견한 임정우가 얼른 태블릿을 내려놓고 이서아의 손을 꼭 잡았다. “서아야.” 혹시 깨어나려는 건 아닌지 설레기도 했다. 태블릿에서 흘러나오는 한수호의 목소리가 이서아의 귀청을 때렸다. “돈과 시간을 투자했으니 쭉쭉 성장하길 바라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우량주로 상장하고 나스닥 찍고 세계 500대 기업이 되어 GDP에 크게 기여하는 그룹이 될 거예요.” 기자가 웃으며 말했다. “한수호 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손님들과 이렇게 담소도 하시고.” 한수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마치 카메라를 통해 누군가를 주시하기라도 하듯 깊은 눈동자로 이렇게 말했다. “기분이 좋은 건 맞아요. 오랫동안 계획한 일이 드디어 성공했고 걱정거리도 다 사라졌죠. 눈앞에 알짱대던 것들, 쓸모없는 것들을 한방에 걷어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눈앞에 알짱대던 것들, 쓸모없는 것들을 한방에 걷어내고 나니... 이서아는 숨이 점점 가빠왔다. 한수호의 목소리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고 여전히 매정하면서 잔인했다. 한수호가 한 말이 이서아를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이서아의 가족까지 통틀어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서아는 순간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큰소리로 구원을 요청하고 싶었고 잠에서 깨고 싶었지만 영혼은 마치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발버둥칠 수록 점점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꿈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기자의 질문이 들려왔다. “한 대표님 결혼하셨나요? 약지에 결혼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