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2장 욕설

슈트를 입은 남자는 갑자기 나타난 아시안계 여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당신은 누구죠?” 이서아가 자기소개했다. “로피 그룹에서 왔어요.” 슈트를 입은 남자는 꼬리가 밟힌 고양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호통쳤다. “우리는 매각할 생각 없어요. 강도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이서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제임스 님을 만나고 싶어요. 골드 그룹이 인수를 받아들이게 협박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래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만족할 만한 적절한 선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골드 그룹도 어려운 상황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슈트를 입은 남자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로피 그룹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서아가 한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서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매일 여기 앉아서 하느님과 조상님에게 기도하기보다 제가 골드 그룹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줄게요. 제임스 님을 만나게 해준다면 승산이 더 클 거예요.” 슈트를 입은 남자는 이서아가 타고 온 차에 로피 가문의 휘장이 박혀있는 걸 보고 나서야 그들이 로피 가문 사람이라는 걸 믿어줬고 제임스에게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제임스는 교회에 있었다. 슈트를 입은 남자는 까만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제임스 옆으로 다가가더니 허리를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삼촌을 만나고 싶어 하는 로피 가문 여자를 데려왔어요.” 제임스는 이미 일흔이 넘은 나이라 수염이 희끗희끗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서아를 바라봤다.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은 이서아의 태도에 제임스가 렉스틴어로 이렇게 말했다. “로피 가문에서 왔다고 했는데 누구죠? 하고 싶은 말이 뭐에요?” 이서아는 렉스틴어를 할 줄 몰랐기에 김지영이 뒤에서 한국어로 통역해 줬다. 이서아는 통역한 내용을 듣고도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제임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예의가 몸에 밴 렉스틴 젠틀맨이든 아니면 격식을 따지지 않는 미국 사람이든 누군가 이런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