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홍서윤은 며칠째 최태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자주 최태준의 꿈속에 나타났다. 그는 홍서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먼저 찾아와 사과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홍서윤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최태준은 그래도 자신이 일곱 살부터 키워온 사이인데 정말로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홍서윤이 어디에 사는지 기억하고 있었던지라 연이어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아침 여덟 시였고 아직도 자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몇 번 누르자 마침 내려오던 집주인이 눈치를 채고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총각, 방 보러 왔어요? 이 방에 살던 아가씨는 며칠 전에 이사를 갔어요. 방 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문 열어줄게요.”
‘이사를 갔다고...'
그 말을 들은 최태준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마침 불어오는 찬 바람이 등골이 서늘해졌다.
집주인은 열쇠를 꺼내며 말했다.
“이 집에 살던 아가씨가 일주일 전에 이미 이사를 가서 지금 열어도 괜찮아요.”
최태준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고 낮고 다소 쉰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아니면 무슨 말이라도 남기진 않았나요?”
집주인은 열쇠를 돌리던 동작을 멈추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 아가씨는 워낙 말수도 없고 조용해서 떠날 때도 그냥 문자 하나만 남기고 갔어요.”
“그래서 방 볼 거예요? 총각.”
최태준은 발을 들여놓고 방 안 곳곳을 둘러본 뒤 지갑에서 돈다발을 꺼내 집주인에게 내밀었다.
“잠시만,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집주인은 돈다발에 눈을 반짝이며 바로 받아들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최태준은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방은 아주 작았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산소가 부족해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홍서윤만의 은은한 향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텅 빈 방을 바라보니 최태준은 가슴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듯 공허한 기분이 들었고 그 틈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소파에 앉았는데 시선 끝에 분홍색의 무언가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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