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서재는 금세 조용해졌지만 최태준의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다. 그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는데 입술 옆의 상처가 당길 때마다 성주원이 이번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최태준이 담배 한 갑을 다 비울 기세로 담배를 피워대던 그때, 유아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짙은 담배 냄새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유아람은 다가와 그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재떨이에 눌러 끄며 나무랐다.
“태준 씨, 담배 좀 그만 피워요. 몸에 안 좋아요.”
최태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어두운 눈빛에 별다른 감정은 없었고 그는 그녀의 행동을 굳이 막지도 않았다.
유아람은 그의 앞에 반쯤 무릎을 꿇듯 앉은 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금세 촉촉해졌다.
“태준 씨, 나 임신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기대했던 기쁜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랜 정적에 유아람의 미소가 서서히 굳었고 그녀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시 말했다.
“태준 씨 곧 아빠가 될 거예요.”
최태준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담배갑을 움켜쥐었다가 던져버렸다.
“아람아, 내가 뭐라 그랬어. 3년 안에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 말에 유아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녀는 매달리듯 그의 다리를 잡으며 울먹였다.
“벌써 한 달 넘었어요. 내 뱃속에 있는 아기를 그냥 우리의 사랑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주면 안 돼요?”
최태준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고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재무팀에서 태민이 쪽 프로젝트에서 크게 적자가 났다고 보고가 들어왔어. 태민이가 빼돌린 돈만 해도 십 년은 감옥에 썩게 생겼지.”
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유아람을 똑바로 보았다.
“네 체면 봐서 내가 그냥 눈감아준 거야. 대신 너도 이제 선택을 해야겠지.”
유아람은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옷깃을 적셨다.
최태준은 그녀를 조심스레 부축해 앉히고 손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말투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웠다.
“넌 똑똑하니까 내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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