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홍서윤은 어이가 없어 연달아 몇 번 코웃음을 치고 더는 최태준의 말을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
“최태준 씨, 참 다정하시네요. 유아람 씨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도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다른 사람을 잡아다가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라니.”
최태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그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래서 그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증명하고 싶어졌다. 자신이 유아람을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단지 자신 때문에 아이를 잃은 그녀에 대한 연민 때문이라는 걸.
최태준은 그저 홍서윤이 자신 앞에서 한 번쯤 고개 숙이고 약해지길 바랐던 거지, 정말로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
홍서윤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자 눈을 살짝 내리깐 그녀의 얼굴은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며칠을 이런 상황 속에서 지냈는데도 혈색이 여전히 좋다니.
최태준은 순간 예전에 자신에게 기대며 얼굴이 붉어졌던 엄민지가 떠올랐고 곧장 머릿속에 성주원과 홍서윤이 이미 관계를 가진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상상이 스쳤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떠나기 전에 홍서윤에게 짙은 미소를 띠며 말을 꺼냈다.
“너, 성주원이 진심으로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믿어? 설령 그렇다 쳐도 결국 그 사람도 나랑 똑같은 부류야. 이익이 최우선이지.”
최태준은 한 발짝 돌아 홍서윤의 뒤에 서더니 손으로 의자를 짚고 몸을 기울였다. 거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
“내기할래? 성주원이 지금 진행 중인 중요한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널 위해서 돌아올지 한번 볼까?”
홍서윤은 성주원이 요즘 바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최태준의 입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말이 나오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동안 서로 연락도 거의 못 했으니 더 불안해졌다.
그러나 최태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게 너무 싫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성주원을 감쌌다.
“내기할 필요 없어요. 주원 씨는 반드시 날 도울 거예요.”
의자를 잡고 있는 최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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