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곧이어 정민규의 차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더니 결승선이 눈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멈칫했다. 그 틈에 뒤따라오던 차들이 줄줄이 그를 앞질러 나갔다.
‘분명히 제일 먼저 결승선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왜...’
홍서윤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손에 넣은 승리를 고스란히 내주는 꼴이라니.
정민규는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웅성거림을 전혀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차를 몰아 결승선을 통과했다.
문재혁이 도착했을 때는 막 경기가 끝난 참이었다. 그는 트랙 위의 정민규를 바라보다가 피식 코웃음을 흘렸다. 이제는 이런 장면이 놀랍지 않은 듯했다.
그가 시선을 거두려던 순간, 옆에 서 있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홍서윤 씨?”
‘왜 정민규 옆에 있는 거지?’
문재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정민규의 비서에게 다가가 홍서윤이 왜 정민규의 곁에 있는 건지 캐물었다.
비서는 비웃는 듯한 기색을 살짝 보이며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문재혁은 이마를 탁 치며 탄식했다.
“젠장, 며칠 동안 술 마시고 놀기만 하느라 이렇게 큰일이 난 줄도 몰랐네.”
성주원은 지금 경서시에 없었고 금방 돌아오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홍서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은 정민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 사건을 맡겨서는 안 될 사람도 바로 정민규였다.
문재혁은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가 성주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한 번도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터라 몇 번이나 전화를 걸고 나서야 겨우 연결되었다.
“무슨 일이야?”
피곤한 듯 잠겨 있는 성주원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문재혁은 태연한 척 물었다.
“너, 요즘 경서시에 무슨 일이 생긴 거 알고 있냐?”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
성주원의 말투는 차갑고 조급함이 묻어났다.
문재혁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이 며칠 사이 홍서윤에게 벌어진 일과 그녀가 정민규에게 도움을 청한 사정을 설명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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