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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모든 해 동안 너는 최씨 가문에서 가장 좋은 것을 누리며 살았지. 양말 한 켤레조차 해외에서 공수해온 거고 네가 바이올린 배우고 싶다고 하면 국내외 최고의 선생을 붙여주었지. 예쁜 드레스를 원한다고 하면 디자이너를 불러 직접 디자인하게 했어. 10년 동안 좋은 건 전부 너한테만 쏟아부었어.” 최태준은 거의 다 타 버린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몸을 기울여 꽁초를 재떨이에 세게 비벼 끈 뒤 고개를 들어 비웃듯 홍서윤을 보며 말했다. “개를 키워도 주인한테는 어떻게든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데... 홍서윤, 네가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겠어?” 홍서윤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전에도 최태준이 준 모든 것을 돌려주려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가 말한 것들은 그녀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갚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순간 핏기가 사라져 안색이 창백해졌고 평소에 맑고 또렷했던 두 눈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공허했다. “갚을 거예요. 시간만 주면 반드시 갚을게요.” 그 말은 최태준이 억눌러왔던 분노를 완전히 폭발시켰다. 최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분노에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홍서윤이 정말로 자신과 연을 끊으려 할 줄은 몰랐고 그렇게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다. 막 화를 터뜨리려던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최태준은 결국 걸음을 옮겨 현관문을 열었고 문밖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자 두 눈에 담겼던 살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유아람은 환하게 웃으며 최태준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오빠를 데리고 태준 씨랑 서윤이에게 사과하려고 왔어요.” 그러면서 슬쩍 유지욱에게 눈짓을 보냈다. 유지욱은 바로 알아채고 속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죄책감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최태준 씨, 제가 아까는 술에 너무 취해서 홍서윤 씨인 줄도 몰랐어요. 알았더라면 절대 그런 짓을 못했을 거예요!” 최태준은 차갑게 유지욱을 훑어보며 말했다. “들어와.” 그들은 침대에 누워있는 홍서윤을 보았다. 유아람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구기며 경계하는 시선으로 홍서윤을 훑어보았다. 예상했던 흔적이 없었음을 확인한 뒤에야 시선을 거두었고 이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유지욱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다 오빠 때문이야! 오빠 때문에 서윤이가 이렇게 된 거잖아! 만약 서윤이가 정말로... 나였어도 오빠를 경찰에 신고 했을 거야!” 그러더니 유아람은 침대 옆에 반쯤 무릎 꿇고 홍서윤의 손을 붙잡았다. 유아람은 눈물 따위는 값어치가 없는 듯 줄줄 흘리며 말했다. “서윤아, 다 내 잘못이야. 원망하려면 날 원망해. 아니면 나를 몇 대 때려도 좋아. 네가 화를 풀 수만 있다면...” 홍서윤은 싸늘하고도 무감정한 눈으로 유아람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지칠 대로 지친 홍서윤은 유아람의 손을 뿌리쳤다. 어차피 최태준과도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곧 떠날 것이니 굳이 이들과 더 엮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이 무슨 짓을 했든 전부 경찰에 맡길 거예요.” 홍서윤의 뜻은 분명했다. 유지욱이 홍서윤에게 한 짓은 이미 강제추행에 해당했고 절대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 유지욱은 속으로 이를 빠득 갈며 분노했다. 만약 최태준만 옆에 없었더라면 당장이라도 홍서윤을 혼내줬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홍서윤은 맑은 눈빛으로 최태준을 바라보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절대 두 사람 편을 들어주지 않을 거죠. 그렇죠?” 만약 이번 일에서 최태준이 두 사람의 편에 선다면 홍서윤은 죽을 때까지 그들과 싸운다고 해도 유지욱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경찰서에서 나올 것이었다. 최태준이 말하기도 전에 유아람이 먼저 최태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범벅이 된 채 가련하게 최태준의 손을 붙잡았다. “태준 씨, 서윤이 말이 맞아요. 이번 일은 우리 오빠가 잘못한 거 맞긴 하지만 오빠는 잘못을 인정했잖아요. 제발,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딱 한 번이면 돼요...” 유아람은 이내 갑자기 휘청이더니 눈을 감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최태준은 재빨리 유아람을 받아 안았고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재빨리 유아람을 안고 밖으로 나갔고 유지욱은 두 사람을 따라 나갔다. 홍서윤은 방에 혼자 남게 되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힘없이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정리해 떠났다. 한편 병원. 다리를 다친 우연은 절뚝절뚝 다가와 최태준을 보자마자 성질을 못 이기고 목발을 들어 최태준을 향해 휘둘렀다. 최태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우연의 공격을 막아냈다. “최태준 씨! 제정신 맞아요?! 서윤이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서윤이 괴롭힌 연놈들이 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요? 그게 사람이 할 짓이에요?!” 우연은 친구에게서 유지욱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최태준이 뒤에서 손을 쓴 걸 알아챘다. 최태준은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어차피 내가 있는 한 서윤이는 어떤 괴롭힘도 당하지 않을 거니까!” 우연은 기가 막힌다는 듯 비웃었다. “하, 정말 어이가 없네. 서윤이가 며칠 동안 그 고생을 한 건 다 그쪽 때문이잖아요! 아니면 본인 스스로 서윤이한테 아주 잘해줬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서윤이가 그쪽이 무슨 짓을 하든 다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긴 거고?” 최태준은 고개를 떨군 채 담담하게 물었다. “그럼 그쪽 생각엔 내가 서윤이한테 어떻게 대해야 제대로 잘 대해준 거죠?” 최태준은 여유가 흘러넘치던 태도를 거두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더는 시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카드 한 장을 우연에게 내밀었다. “당분간 자꾸 어린 애처럼 떼쓰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조만간 내가 직접 데리러 갈 거라고 전해요.” 우연은 그의 말에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고 분노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최태준이 건넨 카드를 받지 않고 비웃듯 말했다. “참 후하시네요. 하지만 그쪽은 여전히 서윤이를 몰라요. 서윤이는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고 그쪽한테 연을 끊겠다고 했으니 정말로 완전히 끝낼 거예요.” 우연은 병실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 돈은 그쪽이 가장 사랑하는 애인에게 쓰는 게 낫겠네요. 정말 솔직히 말해서 그쪽 안목은 정말 형편없네요!” “할 말은 다 했으면 가요.” 최태준은 이내 우연의 다친 다리를 보며 덧붙였다. “아니면 도와줄 사람을 불러줄까요?” 그의 말에 우연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 결국 참다못해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쏟아냈다. “그렇게 하다가 서윤이가 떠나고 영원히 안 돌아올 수도 있는데 두렵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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