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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 “물어본 거 취소할게요.” 그러자 성주원은 아무 말 없이 나가버렸다. 홍서윤은 세면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낯선 환경이라 쉽게 잠들지 못할 줄 알았는데 포근한 침대에 몸을 붙이자마자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이내 곯아떨어졌다. 정민규가 홍서윤의 교통사고 사건을 처리해준 덕에 피해자 가족들은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 홍서윤은 분명한 피해자였으니 말이다. 유아람 쪽에서는 정민규가 최태준에게도 체면을 세워준 셈이었다.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고 적당히 선을 그었으니 결과적으로 최태준과 성주원 양쪽 모두에게 잘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유씨 가문은 적잖은 합의금을 물어야 했다. 게다가 그 교통사고 여성 가족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홍서윤을 헐뜯은 일이 문제가 되어 경찰은 그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유아람은 그 일로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봐 거액을 들여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다. ... 최씨 가문. 유아람은 시계를 자꾸 쳐다봤다. 시침은 이미 밤 열 시를 넘어섰는데 최태준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혹시 또 그 계집애 집에 있는 건가? 그 빌어먹을 여자를 태준 씨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지!’ 그때, 현관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자 유아람은 급히 일어나 나가 보았다. 익숙한 모습이 보이자 황급히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몸에 술 냄새가 진동했다. “태준 씨, 의사 선생님이 위 안 좋다고 했잖아요. 술은 조금만 마셔야죠.” 최태준은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로 걸음을 옮겼다. 헝클어진 손길로 넥타이를 거칠게 벗어던졌다. 술기운에 두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목소리는 술에 데인 듯 거칠고 쉬어 있었다. “그날... 일부러 차로 홍서윤 들이받은 거지?” 유아람의 손에 쥔 찻잔이 덜컥 흔들렸다. 가까스로 떨어뜨리진 않았지만 손끝은 여전히 떨렸다. 그의 시선을 감히 마주하지 못한 채 유아람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어떻게 일부러 서윤이를 치겠어요. 나는 서윤이를 친동생처럼 생각하는데... 이런 일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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