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배승훈이 누구를 선택할지는 이미 짐작이 갔다.
과거 수없이 반복되었던 것처럼, 그는 나와 윤서아 사이에서 언제나 그녀를 선택했다.
이 보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서아의 목소리에 약간의 질책이 묻어났다.
배승훈에게 피드백은 없고 오직 그의 헌신만 즐기던 윤서아는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야말로 여자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던 그녀였다.
한편 나의 설명 따윈 필요 없었다. 배승훈이 알아서 잘 달래줄 테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엔 이 남자가 보기 드물게 침묵했다.
평소와 달리 즉시 윤서아에게 달려가지 않았다.
윤서아 역시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늘 자신감 넘치던 그녀의 태도, 우월감을 뽐내던 그녀가 동공이 흔들렸다.
“네 마음을 받아줄까 고민 중이었는데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네. 그래, 두 사람 백년해로하길 바라.”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고는 자리를 박차고 떠나갔다.
시끄럽고 요란한 하이힐 소리에 원망과 호소가 깃들었다.
배승훈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이렇게 말했다.
“가영아, 나중에 다시 설명해줄게.”
두어 걸음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는 이 남자.
“헤어지자는 말은 홧김에 한 거야. 나는 동의하지 않았어. 넌 여전히 내 여자친구야.”
???
내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이 인간이 서둘러 윤서아를 쫓아갔다.
나는 서류철을 안고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윤서아의 말대로 누군가는 끊어진 인연을 이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배승훈이라니.
아니 그런데 왜 한편으론 헤어지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 윤서아를 쫓아가는 걸까?
앞뒤가 안 맞고 마냥 웃길 따름이었다.
인간쓰레기의 정석을 보여주는 배승훈, 하지만 이제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난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을 테니까.
배승훈이 헤어지기 싫다 해도 소용없다.
나는 계단 문을 열고 마케팅팀으로 향했다.
마케팅팀에서는 우리 디자인 제안서에 대해 몇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신입인 나를 보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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