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난 반년간, 나를 수없이 괴롭히고 밤잠을 설치게 했던 장본인.
사실 처음에는 나도 그녀를 찾아가서 솔직하게 털어놨었다.
그녀가 만약 배승훈을 좋아한다면 나는 기꺼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억지로 유지하는 관계는 절대 행복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윤서아는 마치 나를 경멸하듯, 그리고 약간의 연민을 담아서 쳐다보았다.
이것은 그녀가 나를 대할 때 늘 보이던 눈빛이다.
어쩌면 우리 세 사람의 관계에서 본인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고 여기니 언제나 거만하고 오만한 태도를 유지한 거겠지.
내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이제 그만 물러나겠다고 말했더니 이 여자가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
“승훈이가 널 상대하는 게 점점 버겁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나랑 승훈이는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야.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관계인데 대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망상을 하는 거야?”
“아무리 한 사람을 사랑해도 상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걸 몰라? 평생 네 곁에만 묶어둘 수는 없잖아?”
저따위 가랑잎으로 몸 가리는 수작과 저따위 의기양양한 모습인데도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배승훈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녀가 배승훈을 안 좋아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내가 충분한 진심을 보여주면 그는 결국 알게 되리라 믿었다. 나야말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다.
이번에도 윤서아는 과거의 그 거만한 태도를 다시 보이려 했다.
다만 눈가의 피로함이 그녀의 불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내가 너를 너무 얕잡아봤나 봐.”
그녀의 퉁명스러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나는 네가 꽉 막힌 단순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치밀한 줄은 몰랐어. 더 나아가기 위해 슬쩍 물러서는 수법을 썼어? 이제 승훈이가 정말 네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던데, 어때? 만족스러워?”
나는 그저 짜증이 났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걸까?
“앞서도 여러 번 말했듯이 난 이미 배승훈이랑 헤어졌어.”
윤서아가 콧방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