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이 남자... 점점 뻔뻔해지는 것 같아.’ 고성은은 고개를 들고 맞은편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박재현.”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어제 내가 불에서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꾹 참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던 건지? 크리스 가문의 은신술을 직접 봤던 것일까? 술잔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 위치를 살짝 만졌다. 셔츠를 사이에 두고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신이 여기 있으니까.”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심장이 어디서 뛰고 있는지 느낄 수 있으니까.” 다정한 말이었지만 그가 문제를 회피하는 것 같았다. 고성은은 그를 향해 눈을 흘겼고 더 이상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고개를 홱 돌렸다. 능글맞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그에게 감사했다. 사실, 그 순간 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납치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정말 그 사람의 작은 정자에 갇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가 가장 위험할 때, 박재현은 늘 가장 먼저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점은 그녀조차 부인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박재현이 정말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해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한편, 엘리베이터 안에 파란색 그림자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고 그들에게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자는 전화를 받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오늘 밤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박재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그의 목소리에는 전에 없던 진지함이 가득 배어있었다. “고성은,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차갑게 식어 버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기회?” 고성은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회를 줬었어. 당신이 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