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화
손이 허공에 굳어 있던 육정호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거두었다.
“고성은.”
그의 목소리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유산된 아이를 생각해. 박재현이 살인자에게 관용을 베풀었던 걸 생각하라고. 지난 3년 동안 널 향한 박재현의 무정한 마음을 다 잊은 건 아니겠지?”
육정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박재현은 네가 이렇게 사정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
고성은은 순간 몸이 갑자기 떨렸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목구멍에 무언가가 막힌 듯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나가볼게요.”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서 거의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섰다.
담담했던 육정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쾌감이 가득 차올랐다.
그는 서랍장 옆으로 가서 독한 술 한 잔을 따랐고 위스크가 유리잔에서 빛을 발했다.
전에 기자회견을 열지 않은 것은 앤씨아의 생산과 테스트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었다.
지금 박재현은 아마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3일 후, 박재현이 우진 그룹과 기능이 거의 동일한 앤디를 발표한다면 분영 표절이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고 박재현은 더 이상 의료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반면, 그가 발표하지 않는다면 지난 4년 동안 배성 그룹에서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어느 쪽이 되든 그 결과는 배성 그룹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게 바로 그가 박재현에게 한 복수였다.
육정호는 고개를 들어 독한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위스키가 목구멍을 스쳐 지나가자 뜨거운 쾌감이 몰려왔고 그의 눈 밑에는 욕망이 훤히 드러났다.
마음이 극도로 편안해졌다.
...
배성 그룹의 회의실 안,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3일입니다. 딱 3일 차라고요.”
마케팅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우진 그룹에서 앤씨아를 발표한 건 저희를 엿먹이는 일입니다. 저희가 계획대로 발표한다면 이건 표절이에요. 세상 사람들의 조롱을 받게 될 겁니다.”
“하지만 발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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