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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성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금 날 속인 거예요?” 목소리가 차가워진 고성은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 순간,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나 두 개의 벽처럼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육정호가 천천히 돌아서는데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 눈에는 단호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성은아, 우리 떠나자. 오늘 바로 떠나.” 가벼운 말투지만 그 안에는 기대가 차 있었다.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거예요? 앤씨아를 배성 그룹에게 돌려주기로 한 거예요?” 육정호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평소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고성은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는 화를 내지 않았고 손을 허공에 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 네가 이래도 박재현 그 인간은 절대 네 마음을 모를 거야.” “3년 전, 네가 모든 것을 버리고 박재현 때문에 귀국했을 때도 난 널 막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네가 그 인간 때문에 바보짓을 하는 걸 난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거야.” 육정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고성은은 한발 물러서서 경계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창밖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멀리서 헬리콥터 한 대가 우진 그룹 빌딩의 꼭대기 층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곳은 개인 헬기 정류장이었다. 육정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고성은. 나랑 같이 가. 이곳의 일들은 모두 다 잊고 박재현도 잊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거야.” “선배가 이미 결정한 이상 앞으로의 길은 나 혼자 갈 거예요. 선배랑 같이 갈 수가 없어요.” 오싹한 한기가 도는 눈빛을 보이며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순간, 가슴이 무언가에 심하게 찔린 것 같았고 심장이 멎을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쉽게 그녀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고성은, 정신 차려.” 그는 목소리를 높였고 절망적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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