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그게 아니라면 누구도 재벌가 아내 자리를 그렇게 쉽게 내놓지 못할 것이다.
고성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앞의 이 남자가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혼하고 나서도 여전히 내 삶에 간섭할 심산이라니. 왜 이렇게 편집증처럼 굴지? 이런 집착은 강세린에게나 보일 법한 거 아니었나.’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 마. 누구랑도 안 엮일 거고 혼자 늙어 죽을 거야. 그것도 아주 조용히. 만족해?”
박재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 여자가 언제 이렇게 날카로워졌지. 예전엔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꺼내던 사람이었는데.’
기세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녀는 피아노도 연주할 줄 알았고 외국어에도 능통했으며 수준급의 당구 실력까지 지녔다. 어디를 가든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그 빛이 자꾸 자석처럼 마음을 끌었다.
소유욕과 집착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절대 남에게 넘기고 싶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소유욕이 들끓었다.
그 마음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괴팍하게 뒤틀린 감정이 마음을 두드렸다.
그때였다. 문 너머 방 안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불그스름한 빛이 방 안을 감쌌다. 불길할 정도로 붉고 선명한 빛이었다.
‘무슨 일이지?’
고성은은 망설임 없이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꽂혔다.
[경고! 다수의 미확인 IP 침입 감지됨]
[방화벽 1단계 뚫림!]
[데이터 유출 중...]
붉은 경고창이 화면 위로 쉴 새 없이 튀어 올랐다. 제멋대로 뛰는 심장처럼 불안하게 요동쳤다.
데이터가 공격당하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겨를도 없이 손가락이 먼저 반응했다. 키보드 위에서 손이 날아다녔다. 코드가 줄줄이 화면을 타고 흘러갔다.
방화벽을 다시 세우고 뚫린 구멍을 막으려 애썼지만 공격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한 군데를 겨우 막으면 다른 세 군데가 더 뚫렸다.
수많은 IP 주소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젠장!”
입안에서 낮게 욕이 새어 나왔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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