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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느새 그녀의 뒤에 서 있었고 지금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단단한 팔뚝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성은은 그가 어째서 이런 걸 아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옆으로 몸을 틀어 자리를 내주었다. 자리에 앉은 박재현의 눈빛은 고요했고 혼란스러운 전황이 담긴 화면을 조용히 훑어보았다. “패스워드.” 간결한 말이었다. 고성은은 곧바로 포스트잇 하나를 집어 복잡한 암호를 적어 건넸다. [02090630CNLFYAMS!] 그는 슬쩍 눈길을 주더니 이내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얹었다. 그건 평범한 타자가 아니었다. 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잔상처럼 어른거리는 손놀림이었다. 타닥타닥 거센 비처럼 쏟아지는 키보드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코드는 폭포처럼 화면을 가로질렀고 줄줄이 입력되는 명령어에는 단 하나의 오류도 없었다. 그는 고성은이 만들어놓은 방화벽을 고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역공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추적과 위치 파악, 그리고 역침투. 눈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코드가 화면 위를 흘러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이 쏟아지던 공격들이 제압당한 듯 하나둘 끊기고 지워지며 역공격당했다. 대략 5분쯤 지나자 경고음이 멈췄다.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친 공격은 기세를 잃었고 일부 도망치려는 낌새마저 느껴졌다. 박재현은 차가운 눈으로 화면을 응시한 채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침입자들을 모두 쫓아낸 것도 모자라 네트워크를 따라 반격을 이어갔다. 화면에는 하나둘 강제 로그아웃이란 알림이 떠올랐다. 앞서 거칠게 날뛰던 공격 IP 주소들이 하나둘 회색으로 바뀌고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에 의해 순식간에 꺼져버린 불빛 같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손을 놀려 또 하나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끝났다.” 그는 프로그램을 시스템에 심고 키보드를 몇 차례 더 두드렸다. 그러자 고성은의 모니터 위에 은은한 푸른빛을 띤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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