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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아까 나갔을 땐 분명 안에 계셨는데! 설마 강세린 씨가 온 걸 보고 일부러 숨은 건가?’ 임준기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만에 하나 정말 강세린 씨랑 대표님이 저 안에 계속 있다가 사모님이 그걸 직접 본다면? 외도를 현장에서 잡게 되잖아!’ 불편한 눈을 어딘가에 파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서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떻게든 박재현에게 알려야 했다. 임준기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대표님, 고성은 씨와 약속하신 10시 미팅, 곧 시간 됩니다.” 그는 일부러 고성은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세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손에 들린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거 나 주는 거죠? 비서님, 눈치는 있네요.” 당연히 자기 몫이라는 듯 그녀는 컵을 낚아채며 임준기를 흘겨봤다. 임준기는 입을 다물었다. ‘그 커피는 사모님 건데...’ 강세린은 한 모금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왜 이렇게 써요? 설탕도, 우유도 없고 이걸 어떻게 마셔요? 너무 써요!” 임준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모님은 원래 단 거 안 좋아하셔서요.’ “강세린 씨, 제가 새로 타 드릴게요.” 그때 박재현이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의 눈길이 임준기를 스치듯 지나갔다.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담담한 시선이었지만 그 시선이 오히려 임준기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박재현은 조용히 말했다. “사람 보내서 아래 디저트 가게에서 세린이가 좋아하는 마카롱이랑 케이크 좀 사 오게 해. 세린이 아침 못 먹었어.” 방금 임준기가 말했던 고성은과의 10시 미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재현 오빠, 역시 최고예요!” 강세린은 금세 웃음꽃을 피우며 그의 얼굴에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임준기는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강세린은 아주 자연스럽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의 무릎에 앉더니 두 팔로 박재현의 목을 감쌌다. “재현 오빠 덕분에 실검도 다 내려갔어요. 진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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