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그녀는 천장 끝까지 닿아 있는 통유리창 앞에 멈춰 섰다.
이 자리에 서보니 한눈에 모든 것이 내려다보인다는 말이 괜한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창 너머 겹겹이 솟은 빌딩들 사이로 저 멀리 그녀가 사는 아파트가 보였다. 그중에서도 꽃과 풀로 틈틈이 채워둔 작은 발코니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박재현도 이곳에 서서 저 방향을 바라본 적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녀도 몰랐던 날들에 서로의 시선이 스치고 지나간 적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허망했다. 웃기기도 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사무실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히 꽂힌 양장본 책들, 대부분은 경제나 경영 서적이었고 몇 권은 불어 원서였다.
무심하게 정돈된 책들의 배열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문득 그 책장 옆의 서쪽 벽면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아주 미세한 틈이 벽을 따라 나 있었다.
비밀 문이었다. 그녀는 홀린 듯이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딸깍.
잠금장치도 없이 문은 가볍게 열렸다.
안은 생각보다 넓고 조용했다. 창고가 아니었다. 작지만 잘 꾸며진 누군가의 은밀한 휴식 공간이었다.
짙은 회색 침구가 덮인 침대와 독립된 세면실까지 갖춰진 말 그대로 하나의 완전한 개인 휴게실이었다.
아마도 박재현의 비밀스러운 개인 공간일 터였다.
벽 한쪽을 차지한 커다란 검정색 옷장에는 고급 양복과 셔츠, 바지와 넥타이가 정갈하게 걸려 있었고 한쪽의 오픈된 선반에는 수십 개의 고가 시계와 커프스단추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는 여전히 화려한 색보다 짙은 색을 더 좋아했다.
그녀는 문득 1년 전 자신이 선물했던 사파이어 커프스를 떠올렸다. 직접 디자인했던 것이었는데 그는 단 한 번도 착용한 적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서랍을 열어보았다. 익숙한 파란 벨벳 상자 하나가 나왔다. 그 안엔 여전히 반짝이는 커프스가 담겨 있었다.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만족스러운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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