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28화

그 시절, 그는 그녀보다 두 학년 위였고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다. 곁엔 늘 화려한 여자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반면 그녀는 무리 속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 눈가가 저절로 붉어졌다. 그는 작은 국수 한 그릇을 금세 말끔히 비웠다. 국물 한 방울조차 남기지 않았다. 박재현은 젓가락을 내려두고 식탁 위의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녀가 아내라는 이름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저녁 식사였다. 그는 드디어 그것을 먹게 되었다. 고성은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내일 10시에 회사로 와서 사인해. 그리고 너한테 600억을 줄 거야. 지난 3년의 보상이라고 생각해. 네가 원래 살던 별장도 네 명의로 이전해 줄게. 더 이상 이런 허름한 곳에 살 필요 없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비즈니스 계약을 논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그녀는 이혼 후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앞서 말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빚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성은은 힘없이 늘어뜨린 손가락을 서서히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힘을 주었다. 그녀는 턱을 살짝 들고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해요, 박 대표님.”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방 안엔 은은하게 번진 향수 냄새만이 맴돌았다. 마치 다녀간 적 없던 사람처럼 자취 없이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순간, 고성은은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천천히 주저앉았다. 불빛 아래, 그녀의 눈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오늘 밤 이곳에 온 이유는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3년에 600억의 보상이라니, 애초에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이미 충분했다. 12년이나 지났다. 이제는 멈출 때가 왔다. 그에게 받았던 은혜는 이걸로 다 갚은 셈이다. 이튿날 아침 9시 50분, 고성은이 배성 그룹 본사 회전문을 통과할 무렵, 햇살이 구름층을 뚫고 내려왔지만 따뜻함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임준기는 로비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는 비서실장의 차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