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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먹을 쏟은 듯한 하늘 위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고성은이 집에 도착하자 현관 등도 꺼져 있었던지라 그녀는 어둠 속에서 대충 신발을 갈아신었다. 거실은 칠흑과도 같았다. 본래는 정수희가 함께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고성은이 거절했다. 정수희를 데려왔으면 고성은이 내일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고성은은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화면이 켜지자 육정호에게서 걸려 온 부재중 전화가 열댓 통 떠 있었다. 고성은은 화면을 살짝 스치고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몇 번 울리지 않고 즉시 연결됐다. “성은이 맞아?” 육정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미안해요.” 열이 내린 직후인지라 고성은의 목소리는 조금 쉰 상태였다. “오늘 열이 좀 나서 자느라 못 받았어요. 지금은 열이 다 내렸어요.” “괜찮다니 다행이야. 저녁은 먹었어? 나 근처에 있는데 뭐 좀 사다 줄까?” 육정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배 안 고파요. 정호 선배, 일찍 쉬세요.” 고성은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내일 회사 나갈게요.” 전화를 끊은 후, 고성은은 발코니 쪽의 작은 조명을 켜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머리 위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환한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저녁 바람이 고성은의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멀리 보이는 불빛 가득한 고층 건물은 밤하늘 속에서 침묵을 지키는 짐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던 고성은의 눈빛은 점차 초점을 잃었고 텅 빈 어둠으로 바뀌었다. 고성은은 박재현이란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낮에 박재현과의 말다툼은 아직도 생생한데 오후에는 박재현이 전혀 딴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고성은은 박재현의 어느 모습이 진짜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건물 아래에 마이바흐 한 대가 조용히 그늘 속에 정차해 있었다. 육정호는 차 옆에 서서 불이 켜진 발코니를 말없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어둠 탓에 육정호의 또렷한 이목구비가 흐려졌지만 그의 눈빛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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