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박재현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강세린을 감싸는 걸 감안하면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예상했을 것이다. 이제 강우빈은 박재현의 미래 장인어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예전에 재정 그룹과 계약을 파기하겠다며 나섰던 협력사들이 앞다퉈 사과하며 다시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는 심지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재정 그룹과 관계를 유지하려 들었다. 강우빈은 순식간에 정상의 대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역시 딸 하나 잘 낳으면 사또 덕에 비장이 호강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한편, 강세린과 한예진의 여주인공 자리를 두고 벌인 싸움도 이제 진짜 피 튀기는 전쟁이 되었다. 팬들끼리는 날마다 피 터지는 악플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강세린은 여주인공 자리 따위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지금의 강세린은 수많은 유명 감독이 직접 찾아와 시나리오를 건네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고 강세린이 한예진한테 쉽게 물러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싸우기로 했다. 강세린이 퇴원할 때, 팬들이 꽃다발을 산더미처럼 들고 병원 앞에 와서 맞이했다. 강세린은 순식간에 다시 옛 영광을 되찾았다. 차에 올라탄 강세린은 매니저 임지안에게 웃으며 말했다. “지안 언니, 이제 우리가 반격할 차례야. 제대로 한 방 먹여줘야지.” 그 목소리에는 교활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 며칠이 지나자 배성 그룹의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배성 그룹의 최고층 사무실. 통창 너머로는 번화한 대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다. 박재현은 창가에 서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었다. 박재현의 차가운 시선은 멀리 있는 익숙한 발코니를 향하고 있었다. 결국 박재현은 강세린을 선택했다. 사실 박재현은 강세린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배성 그룹에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박재현에게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택한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 고성은은 뭘 하고 있을지, 이런 입장문을 보면 기뻐할지, 아니면 슬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박재현의 가슴 속에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