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씩씩거리며 나타난 정수희의 손에는 야구 배트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값비싼 고급 술들을 마구 휘둘러 쳤다.
와장창.
테이블이 무너지는 소리와 술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
“정수희.”
고세형이 가장 빨리 달려가 그녀를 붙잡고 야구 배트를 빼앗으려 했다.
“너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러지 말고 그냥 말로 해.”
정수희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발버둥 쳤다.
“놔. 네가 끼어 들일 아니니까.”
그녀는 손을 뒤로 휘둘러 야구 배트로 고세형의 팔을 내리쳤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고세형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서로 감정이 깊어졌나?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처음 들켰던 그 시점을 기준으로 두 사람은 줄곧 터치 없이 각자 놀았다.
박재현과 최민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켜보기만 했다.
그들은 정수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분명 고세형이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다.
‘세형이 저 자식이 또 어린 여자랑 데이트하다가 잡힌 모양이네.’
다만 오늘따라 정수희의 화가 유난히 커서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소란 소리를 듣고 웨이터들이 달려들었지만 박재현이 손을 저으며 내쫓았다.
고세형에게 잡혀 꼼짝 못 한 정수희는 있는 힘껏 박재현에게 달려들었다.
야구 배트를 쥔 팔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배트의 끝은 박재현의 얼굴을 향했다.
“박재현. 이 개자식아.”
그녀는 흐느껴 울며 잔뜩 쉰 목소리로 욕을 퍼부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주영자 그 미친 X을 풀어줬다며?”
박재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또 주영자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성은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정수희의 질책은 칼날 같았다.
룸 안은 순간 조용해졌고 고세형과 최민우 모두 얼어붙었다.
‘주영자?’
‘누구지?’
‘도대체 누구길래 정수희가 야구 배트 들고 난동을 부려.’
‘어쩌다 고성은이랑 박재현까지 엮인 거지?’
박재현은 술잔을 내려놓고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였다.
“무슨 일인데?”
그는 침착하게 정수희에게 물었고 목소리는 얼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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