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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박재현은 비로소 이해했다. 고성은이 그에게 날린 따귀와 나가라며 밖으로 내쫓고 문 뒤에 숨어서 울던 그 비통함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무턱대로 화를 내는 게 아니었고 사소한 일로 얼굴 붉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원한의 감정 때문이었다. 3년간 몰래 피임약을 먹인 것도 모자라 그들의 첫 아이를 죽인 악마 같은 인간을 무심코 임준기에게 풀어주라고 한 박재현이 얼마나 미웠을까. 이번 달 초에 입원했던 건 위경련이 아니라 잠깐이나마 찾아왔던 소중한 아이를 유산했기 때문이다. 차갑고 난폭한 살기가 박재현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범인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을 텐데, 박재현이 배성 그룹의 변호사를 동원하는 바람에 모든 게 수포가 되었다. 정말 개자식이다. 바로 이때 문이 열리며 임준기가 서류 한 부를 들고 급히 들어왔다. 그는 단번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고 특히 박재현에게서 풍겨 나오는 소름 끼치는 기운을 알아챘다. 박재현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주영자 다시 잡아 와.” 그는 이를 악문 채 간신히 한 글자 한 글자를 입 밖으로 꺼냈다. “산채로.” 임준기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즉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박재현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지금 이 순간 당장 고성은의 앞에 서고 싶었다. 보고 싶은 감정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 아파트 앞. 박재현은 손을 들어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고성은’으로 저장된 번호를 눌렀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통화 연결음은 마치 주먹으로 심장을 때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차가운 문짝에 귀를 대고 숨을 죽였다. 안쪽은 죽음 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이 시간에 어디 갔지?’ ‘육정호 그놈한테 위로받으러 갔나?’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순간적으로 가슴에서 폭발했고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었다. 옆에서 숨을 죽인 채 박재현의 어두운 표정을 지켜보던 임준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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