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고성은은 급히 눈을 감고 다시는 보지 않으려 했다.
차갑고 미끌거리는 생명체는 천천히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녀의 종아리, 허벅지, 옆구리를 지나며...
도마뱀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털은 곤두서고 신경은 극한까지 팽팽해졌다.
끈적하고 축축한 비늘의 감촉이 피부를 스치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변태 자식.’
남자는 돈을 원하지 않았고 성적인 것도 원하지 않았다.
마치 정신적으로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미치게 만들려는 게 주요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사람은 정신적 방어선이 무너지면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게 되니까.
남자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아주 좋아.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강해. 다른 여자들처럼 짜증 나게 비명 지르고 울부짖지 않잖아. 그런 상황에서는 여자들의 혀를 잘라서 이 귀여운 친구들의 밥으로 줬어.”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가 피에 환장하는 변태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계속 이렇게만 버텨. 네가 잘 협조한다면 말했듯이 해를 끼치진 않을 거야.”
고성은은 이를 악물고 자신의 몸을 기어다니는 생명체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일단 호흡부터 조절했다.
들숨...
날숨...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려 했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세뇌를 시작했다.
‘그냥 독 없는 도매뱀이잖아.’
‘보기 싫을 뿐이지 물지 않으니까 괜찮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무서워하지 마.’
심리적 대처가 효과가 있었는지, 아니면 도마뱀이 정말로 목적 없이 기어다녔는지 어느새 그녀의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잠깐 머무르더니 다른 쪽 팔로 미끄러져 내려가 바닥에 떨어졌고 재빨리 구석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긴장된 몸이 약간 풀렸으나 심장은 여전히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남자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점점 옅어졌고 놀란 표정으로 고성은을 응시했다.
“안 우네?”
“소리도 안 질러?”
“흥미롭네? 네가 점점 마음에 들어.”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꺼냈다.
칼날은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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