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고성은은 힘겹게 눈을 떴다. 방금 교통사고를 당한 탓인지 머리는 어지럽고 멍한 상태였다.
경미한 뇌진탕도 생긴 듯 속이 뒤집히는 메스꺼움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녀의 손과 발은 단단히 묶여 있었고 오른쪽 발목에서는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몸은 바닥에 앉아 있는 상태였고 입도 테이프로 꽉 막혀 있었다.
크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는 두 대의 캠코더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 대는 고성은을 정면으로 향했고 다른 한 대는 그녀의 왼쪽을 비추고 있었다.
캠코더의 렌즈는 마치 사람의 눈동자처럼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꽃무늬 커튼으로 덮인 작은 창문으로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이곳이 농가의 한 부분이라는 것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고 가끔 개 짖는 소리도 들렸다.
공기 중에는 동물의 비릿한 냄새도 섞여 있었다.
이때 문이 열렸다.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키 큰 남자가 들어왔고 적어도 190cm는 되어 보였다.
움푹 꺼진 깊은 눈매는 다소 초라한 예술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남자는 그녀 앞에 쪼그려 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소리 지르지 마. 테이프 떼어줄게.”
고성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손은 뻗었고, 동작은 그리 거칠지 않았지만 테이프가 피부에서 떨어지며 따끔한 통증을 남겼다.
그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바로 입을 열었고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강세린이 날 납치하라고 시킨 거야? 필요한 게 뭐야?”
“나한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지금 당장 가족한테 연락할게. 금액은 얼마든지 협상 가능하고 바로 송금해 줄 거야.”
남자는 입꼬리를 비틀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쯧쯧.”
그는 곧이어 고성은을 훑어봤다.
“얼굴은 정말 예쁘네.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걸 보면 똑똑한 것 같은데 아쉽게도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렸어.”
남자는 일어나서 바지의 먼지를 털었다.
“돈?”
“그딴 건 나한테 전혀 어필이 안돼.”
“넌 조용히 협조하면 돼. 내가 장담하는데 진짜로 해를 끼치진 않을게.”
‘협조?’
‘뭘 협조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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