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눈앞의 광경에 그는 잠시 멈칫했다.
고성은은 이미 베이지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한 발로 화장실 문 앞에서 어색하게 깡충깡충 뛰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산산조각 난 유리잔이 가득했다.
헐레벌떡 달려온 박재현을 보며 당황한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냥...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린 거야.”
박재현의 긴장된 표정이 그제야 누그러졌다.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말없이 다시 고성은을 안았다.
“하여튼 귀찮게 한다니까.”
박재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를 안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그 시각 아래층에는 한식과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어진 풍성한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때 도우미가 닭고기 수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모님, 이건 도련님께서 특별히 당부하셔서 끓인 수프예요.”
고성은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박재현은 손짓으로 도우미에게 이만 물러가라고 했다.
“예전 같은 일은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야. 임 비서가 직접 고른 사람들이라 전부 믿음직해. 문제 생기면 내가 임 비서의 머리를 비틀어 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
‘또 나한테 뭐라고 하네. 내가 잘생겨서 질투하는 건가?’
박재현은 화은 장원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다. 당시 하녀인 주영자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었으니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곳의 보안은 외부의 개미 한 마리조차 침입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 수준이다.
고성은은 가슴이 답답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수프를 떠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재현이 우유 한 잔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많이 먹어. 영양 보충해야 되니까 우유도 좀 마시고.”
고성은은 그를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바로 이때 임준기가 의사 두 명을 데리고 들어왔고 뒤에는 간호사도 따라오고 있었다.
“대표님. 이분은 사모님의 상처를 치료해 줄 육현주 의사님이고, 이분은 사모님의 건강 관리를 맡아주실 현우정 의사님입니다.”
이때 고성은이 입을 열었다.
“준기 씨, 앞으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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