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성은이가 제일 좋아하던 만남 레스토랑, 제일 좋아하던 백합꽃까지 다 네가 죽고 못 사는 첫사랑 때문에 더렵혀졌어. 이 개자식아. 알아?”
정수희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으려 하자 임준기가 서둘러 그녀의 입을 막았다.
곧이어 정수희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고 그 와중에도 박재현의 중요 부위를 날려버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
정수희의 한 명의 분노는 우주에 큰 구멍을 낼 정도로 강력했다.
그녀를 내쫓은 후 세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들이 박재현의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고성은이 가장 좋아하는 만남 레스토랑에는 단 한 번도 함께 간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곳을 대관하여 강세린과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제야 박재현을 깨달았다. 자신이 고성은에게 너무 많은 빚은 졌다는 사실을.
유산을 당했을 때조차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으니 이제부터라도...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임 비서.”
박재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날카롭게 공간을 가르는 힘이 있었다.
임준기는 즉시 문을 열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박재현은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톡톡 가벼운 소리를 냈다.
“지금 당장 사람 시켜서 레스토랑 하나 짓자.”
“만남 레스토랑 알지? 일단 분위기는 무조건 더 고급스러워야 해. 금액은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장비, 인테리어, 셰프 팀 전부 최고급으로 준비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시선이 닿는 곳엔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무언가를 보고 있는듯했다.
“해청에서 단 하나뿐인 최고급 레스토랑을 만드는 게 목표야.”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임준기는 진지하게 메모했다.
‘요식업에 진출하려는 건가?’
박재현의 말투에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냄새가 풍겼다.
“그리고 레스토랑 주변에 백합꽃을 가득 심어. 그중에서도 향이 가장 진한 종류로.”
그는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임준기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박재현이라는 쇳덩어리에 드디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