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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밤이 깊어 가면서 시계 바늘이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심초연은 서류가 작은 산처럼 쌓인 책상에서 고개를 들고 뻐근해진 목을 주물렀다. 집사는 따뜻한 차를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우현 도련님이 막 수술을 마쳤습니다. 아마 십 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호원을 대동해서 공원에서 잠시 바람을 쐬시는 건 어떠신가요?.” 심초연은 한 모금만 홀짝이고는 피곤한 눈썹 사이를 눌렀다. “괜찮아요.” 밤의 공원은 고요하고 깊었다. 늦가을의 밤바람이 그녀의 긴 머리를 스치자 온몸에 쌓인 피로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해소되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진우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심초연과 공원을 산책하곤 했고 그것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오늘 밤은 바람이 없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나뭇그림자가 두어 번 흔들렸다. 기태풍이 미국에 온 뒤로 심초연은 늘 감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늘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고 집요하지만 그녀에게 해도 끼치지 않아 심초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때 옆의 어둠 속에서 차가운 빛이 번뜩이더니 번개처럼 빠른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그러고는 쉰 목소리와 함께 증오 어린 포효가 터져 나왔다. “내 아이랑 같이 죽어!” 놀란 심초연의 눈동자에 송미주의 일그러지고 광기 어린 얼굴이 비쳤다. 송미주 손에 든 비수는 독사의 혀처럼 심초연의 희고 연약한 목을 공격했다. “쾅!” 위기의 순간에 심초연은 거대한 힘에 밀려 옆으로 튕겨 나갔다. “푹!” 비수는 그대로 기태풍의 가슴을 꿰뚫었으며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일 초 뒤 기태풍은 몸을 크게 떨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그러고는 가슴에 박힌 칼자루와 놀란 얼굴의 송미주를 번갈아 본 뒤 그대로 쓰러졌다. 따뜻한 액체가 순식간에 가슴을 적셨고 기태풍은 본능적으로 심초연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입을 여는 순간 피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그래도 온 힘을 쥐어짜 한마디 뱉어냈다. “빨... 빨리 도망가...” 다시 정신이 든 송미주의 눈동자에는 질투의 불길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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