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심초연은 사랑 하나만 믿고 ‘빚더미에 앉은’ 기태풍과 결혼했다.
그가 창업에 실패했다고 하자 그녀는 기꺼이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났다.
전쟁과 질병이 가득한 땅에서 심초연은 설계 도면 한 장 한 장으로 기태풍의 몇억에 가까운 빚을 갚아갔다.
그러나 귀국한 첫날 밤 심초연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됐다.
그 빚이라는 건 고작 그녀의 진심을 시험하기 위한 기태풍의 거짓말이었다.
그 사이 기태풍은 국내에서 새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으며 다섯 살짜리 아들마저 그 여자를 ‘엄마’라고 불렀다. 두 사람의 혼인신고조차 조작된 가짜였다.
심초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십 년간 봉인해 둔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심초연은 더 이상 남의 진심을 구걸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모두가 고개 숙이고 인사를 건네는 최정상 재벌가의 상속자로 돌아온 것이다.
기태풍이 위기에 몰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때 심초연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투자 철회는 맛보기에 불과해. 이제 제대로 된 메인 이벤트를 즐겨봐. 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