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3년 후, 주석현은 다시 사람들의 시선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예상할 만한 감정이 없었다.
분노도, 실망도, 고통도, 난처함도 아니었다. 남아 있던 건 모든 일이 끝난 뒤의 해소감과 막이 내려온 듯한 고요뿐이었다.
인파를 사이에 두고 그는 무대 위의 창백해진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 사랑했지만 끝내 얻지 못했던 여자, 결혼식장에 그를 홀로 남겨둔 신부였다.
그 순간 그녀는 낯설어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그는 분명 그녀를 18년 동안 알아왔다.
“나는 네 말 한 글자도 놓치지 않았어. 더 속이지 않아서 고마워. 적어도 이번엔 솔직했네, 소지원.”
수많은 속삭임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맞서는 어조가 아니라 오늘 날씨를 묻는 듯했다.
무대 쪽에 서 있던 그의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며 3년 전, 처음 한서영이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를 떠올렸다.
똑같은 표정, 똑같은 말투, 똑같은 길이의 문장이었다.
“나는 지금 솔로야. 괜찮다면... 내가 너의 신부가 될게 주석현.”
차분히 그 말을 전한 뒤, 주석현은 시선을 내리고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도 한서영을 떠올렸다.
이제야 알았다. 그날 한서영이 어떤 압박 속에서 그의 곁에 서게 되었는지.
그렇게 조심스럽고 말이 적은 사람이 그를 위해 그만큼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뜨겁고 큰 마음을 알아보는 데 3년이 걸렸다. 다행히 아직 늦기만 한 건 아니었다.
주석현은 더는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몸을 돌려 미련 없이 떠났다. 발걸음은 한 걸음 한 걸음 단단했다.
차에 올라 휴대폰을 켠 그는 보내려다 멈춘 메시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전송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미세하게 진동했고 노란 말풍선이 대화창 오른쪽에 떠올랐다.
그는 그 말풍선을 잠시 바라보다가, 혹시나 싶어 화면을 계속 들여다봤다.
하지만 숫자는 그대로였다.
한참이 지나도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전송이 늦은 건지, 그녀가 일부러 답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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