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업무 편의를 위해 한서영은 건물 꼭대기층의 아파트를 임차했다.
다음 날, 맞은편 집에도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있었다. 주석현이었다.
경북에 머무르는 이 한 달 동안 한서영은 여러 곳에서 주석현을 자주 마주쳤다. 마트 진열대 옆, 샤브샤브 가게 문 앞, 공원 한쪽 구석...
주석현의 신분으로는 그런 곳들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한서영은 주석현이 계속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끔 마주칠 때면 한서영과 주석현은 보통 친구처럼 두세 마디 인사를 나눴다.
그 밖의 때에는 주석현이 말없이 뒤에서 따라왔고 그 모습은 그림자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한서영은 그 존재에 익숙해졌다. 한서영은 돈 들이지 않고 경호원을 하나 둔 셈이라고 여겼다.
이웃이 된 뒤로 마주치는 횟수가 점점 늘었고 주석현의 웃음도 점점 환해졌다.
주석현은 때때로 먼저 권했다. 함께 산책할지, 함께 저녁을 먹을지, 함께 나들이를 갈지.
한서영은 매번 핑계를 대어 거절했다.
매번 ‘미안’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석현의 눈빛이 한동안 어두워졌다.
한서영은 여러 번 이번 완곡한 거절로 이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다시 보면 주석현은 또 회복한 듯이 흥이 나서 한서영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 정성을 보자 이유 없이 한서영은 대학 시절 주석현이 소지원과 함께하던 날들을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주석현은 상대가 화내거나 거절할까 봐 두려워 백방으로 맞추다 주석현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서영은 소지원이 아니었다. 한서영은 그런 호의를 당연하게 누리지도 않았고 매력을 드러내려 고의로 주석현을 놀리는 습관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매일을 잘 보내고 인생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다시 늦가을과 초겨울로 넘어갔다.
거의 1년 이어진 이 프로젝트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계약 마감일은 마침 한서영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이었다.
한서영은 그날 골든베이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떠나기 전날 밤 그녀는 새벽까지 짐을 싸다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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