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한서영이 잠에서 깼을 때 창밖은 이미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눈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는 주석현이 보였다.
그는 먼저 다가와 그녀의 캐리어를 받으려 했고 말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함이 묻어 있었다.
“눈 때문에 차가 안 잡혀.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줄게.”
이번에는 한서영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가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떠남은 정말로 돌아올 기약이 없었다. 그녀도 몇 가지는 끝내고 싶었다.
차는 출발한 뒤 아주 천천히 달렸다. 눈길이라서인지 아니면 주석현이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시간은 넉넉했다.
그래서 한서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 풍경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주석현은 마침내 이별 앞의 고요를 견디지 못했다. 어지러운 마음을 눌러가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고 그걸로 그녀를 붙잡아 두고 싶기도 했다.
“서영아, 우리 결혼 두 번째 해 크리스마스 기억나? 그때도 눈 많이 왔잖아.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네가 나 데리고 절에 가서 기도했을 때, 내가 인연운 점괘를 하나 뽑았거든. 거기에 ‘진심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길 바라노라’라고 적혀 있었어.”
그의 말을 들으며 한서영도 그 일을 떠올렸다. 점괘를 풀이해주던 스님이 두 사람을 보며 이상한 말을 했다.
“맺히기로 된 인연, 겪기로 된 액운이네. 일찍 깨달으면 대길이지.”
그녀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말이 자신에게 향한 것이라고 여겨 한동안 마음을 써왔다. 그때의 그녀는 정말로 그와 오래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점괘를 뽑은 건 주석현이었고 그 말도 그녀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그가 그때 마음속으로 백발이 되도록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도 사실 그녀는 아니지 않았는가.
그 생각이 미치자 한서영은 가볍게 웃었다.
“잘 기억 안 나.”
주석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대부분 결혼 뒤의 자잘한 일상이었고 그녀는 잊은 것도 많았지만 그는 아주 구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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