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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김도현은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쓰레기를 줍는 고아 소녀를 데려온 후, 3년 동안 그녀를 따라다녔다. 김도현은 그녀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세상에 자신의 목숨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최유나는 빌라 2층 발코니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다. “김도현, 이게 마지막이야. 만약 지금도 그 여자를 선택한다면 난 여기서 뛰어내려 네 앞에서 죽을 거야.” 그녀는 달려와 내 팔을 꽉 잡고 난간 밖으로 끌어당겼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김도현이 유리문을 차고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마음이 조금 놓여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내 옆에 있는 최유나의 허리를 잡고 방 안으로 물러났다. 나는 슬픈 마음을 다잡으며 손을 거두고 몸 절반이 난간 밖에서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중에 그는 나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서연아, 유나는 내 목숨을 구했는데 그냥 버려둘 수는 없잖아. 유나가 여기에 계속 머물게 하자. 알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몰랐다. 사실 나는 심장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몸이 난간 밖으로 기울어질 때, 내 눈앞에 최유나의 득의양양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김도현과의 결혼 5주년 기념일, 그녀는 나를 빌라 테라스로 몰아붙이며 말했다. “내기 해볼래? 만약 오늘 김도현이 나를 선택하면 넌 스스로 짐 싸서 나가. 더는 김도현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지 마.” 그녀는 3년 동안 이런 말을 되뇌었다. 나는 과거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갑자기 나를 난간 밖으로 잡아당겼을 때도 나는 단지 순간적으로 당황했을 뿐, 김도현이 분명 나를 먼저 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나는 졌다. 심장이 쥐어짜는 듯 아파지면서도 기묘한 안도감마저 들었다. ‘이러면 도현 씨가 나를 그렇게까지 아끼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건가?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몸의 절반이 난간 밖에서 흔들리며 찬 바람이 옷깃 안으로 파고들었다. 마침내 손에 힘이 풀렸다. 나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김도현이 내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웠고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 나 있었다. 나는 그가 나를 걱정한다고 생각하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 아직 안 죽었어.” 그는 얼굴에 죄책감을 가득 띄우고는 입을 열었다. “서연아, 유나를 여동생으로 입양해서 김씨 가문에 평생 의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혹시 내가 오해할까 봐, 그는 서둘러 덧붙였다. “최유나가 자기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즉시 테라스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했어. 서연아, 유나는 내 목숨을 구했는데 그렇게 죽는 걸 볼 수는 없잖아. 알다시피 나에게는 오직 너뿐이야.” 가슴이 답답하게 아파왔지만 나는 그 내기를 떠올렸다. “그래, 다 네 뜻대로 할게.” 내가 너무 쉽게 수락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김도현은 드디어 안심하며 나를 품에 안았다. 익숙한 삼나무 향수 냄새에 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서연아, 나를 믿어. 단지 유나에게 신분을 주는 것뿐이야. 내 마음에는 오직 너 하나뿐이야.” 나는 갑자기 3년 전 청혼하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그때도 나를 안고 약속했었다. “서연아, 약속할게. 내 마음에는 오직 너 하나뿐이고, 절대 너를 저버리지 않을 거야!” 혀끝에 쓴맛이 맴돌았다. ‘김도현, 나는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 최유나는 당일 김씨 가문의 양녀로 인정받았다. 그날 밤, 김도현은 안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최유나는 김도현이 선물한 한정판 드레스를 입고 들어왔다. “미안해. 서연 언니. 어젯밤에 도현 오빠가 꼭 나랑 같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아침에 늦잠 자버렸지 뭐야.” 그녀는 약지에 낀 새 반지를 매만지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버릇없는 것! 사모님을 보고 인사도 안 해?” 가정부 장옥자가 앞으로 나서서 최유나를 밀쳤다. 최유나는 순간 휘청거리며 현관 수납장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쳤다. 그녀는 아픔에 눈가가 붉어진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내가 가정부를 시켜 그녀를 이렇게 대하게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내가 김씨 가문에 시집오기 전, 비즈니스 업계에서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김씨 가문이 오늘날의 규모를 갖추기까지, 절반은 우리 집안의 투자 덕이었고, 절반은 내가 김도현과 함께 고생한 덕이었다. 내 사람이라면, 날 위해 누구를 혼내든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었다. 밖에서 돌아온 김도현은 허리를 부여잡고 있는 최유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집사에게 그녀를 게스트룸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그는 내 손목을 잡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연아, 어젯밤은 유나가 일부러 내게 술을 먹인 거야... 내가 당장 유나를 교외 별장으로 보낼 테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 후 한 달 동안, 그는 매일 정시에 집에 돌아와 나와 함께 식사했고, 가져온 선물은 옷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 집안의 의사로부터 최유나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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