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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두 사람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하예원의 휴대전화가 불쑥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발신자는 노서연이었다. “미안해, 시준아. 전화 좀 받을게.” “응, 괜찮아.” 유시준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걸어갔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원 언니!” 노서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급했다. “언니 요즘 그 바에 안 갔죠?” “응, 왜?” “그 바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노서연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긴장감이 묻어났다. “무슨 일인데?” “민지영 씨가 그만뒀대요!” “그만뒀다고?” 하예원이 눈썹을 찌푸렸다.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며칠 공연을 쉬더니 갑자기 그만뒀대요. 그런데 지금 바 안에서 소문이 났어요. 언니가 그날 민지영 씨한테 화내서 그만두게 했다고들 하더라고요.” 하예원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알겠어.” 둘은 몇 마디를 더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 돌아가는 길, 하예원은 민지영이 갑자기 일을 그만둔 이유를 곱씹으며 걸었다. 생각에 깊이 빠지다 보니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고, 정신이 팔린 탓인지 결국 한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상대는 중심을 잃고 몇 걸음 물러나다가 옆에 놓인 커다란 꽃병에 부딪혀 넘어졌다. “쾅!” 꽃병과 함께 그 사람도 바닥으로 쓰러졌다. “죄송해요!” 하예원이 놀라 급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민지영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민지영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주저앉은 채, 굴욕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하예원을 올려다봤다. 그녀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말했다. “하예원 씨, 저 이미 그만뒀어요. 그런데 왜 아직도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정말 제가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그 소리에 레스토랑당 안의 시선이 한순간에 이쪽으로 쏠렸다. 하예원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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